“형… 나 확진 판정났어..”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났다. 안 그래도 요즘 잠을 너무 못자서 힘들었는데 오늘은 유독 몸이 가볍고 활기가 넘쳤다. 그래서 그런지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파서 룸메이트인 상문이와 편의점을 들려서 먹을 것을 사왔다. 이때까지는 모든 게 정상이였다. 날씨도, 미세먼지도 그리고 내 멘탈도..
내가 편의점에서 사온 것은 평소에 내가 즐겨먹는 비비고 만두와 컵라면이였다. 스파게티 컵라면이라서 물을 버리려고 화장실에 가려는 순간 다급한 카톡이 오기 시작했다.
“형… 나 확진 판정 받았어.. 빨리 검사 받으로 가!!
처음엔 벙쪘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아 잠깐 ㅅ..
카톡을 한 사람은 대학교 같은 동기인 동생이다. 나랑 학교에서 같은 인공지능 수업을 듣고 있는데 지금 글을 쓰는 시점(4월 6일)에서 저번 주 수요일(3월 31일)날 나는 그 동생과 내 룸메이트 상문이와 세명이서 수업을 끝마치고 같이 밥을 먹었었다. 우리 학교 식당은 코로나 전에는 마주보면서 밥을 먹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일렬로 책상에 앉아서 먹게끔 되어 있다. 하필 지금 확진 걸린 동생이 가운데 앉고 나와 내 룸메는 그 양 옆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다행인 것은 음식을 공유하거나 같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학식이다 보니 각자 음식만을 먹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스크를 벗은 체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부분이였다. 물론 밥만 먹고 헤어졌다. 그리고 월요일과 수요일은 같은 수업을 들으니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
나랑 상문이는 그 카톡을 받고 입맛이 싹 달아났다..
응 싹다 먹었ㅇ..
그때가 아침 10시 50분 쯤이였는데 우리는 11시 20분에 수업을 앞두고 있었다. 나는 일단 급하게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했다. 역시 갓교수로 유명한 분이셔서 그런지 원래 블렌디드 수업이였던 것을 바로 비대면 녹화 방송으로 수업을 변경하셨다. 그리고 우린 빨리 채비를 해서 정왕 보건소로 발을 옮겼다.
아 코 찌르기 진짜 개 아픈ㄷ….
정왕 보건소로 가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한 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서 내가 자체적으로 보건소로 가서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두려움 없이 갔는데 그것도 잠깐이였다. 검사를 받자마자 나는 바로 눈이 쌔빨게지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나왔다. 사실 난 이렇게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엄살이 아니라 진짜 코를 찌르는데 너무 아파서 자꾸 자동으로 뒤로 가는 머리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자 검사를 하는 사람이 “뒤로 빼시면 안 돼요!!!” 하면서 다시 한번 쑤셔넣기 시작했는데 그때 빠르고 깊게 쑤시는 바람에 얼굴이 일글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했었다. 그때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가면서 무서웠다….
도착했을 땐 검사 받으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일단 접수를 해야 해서 건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옆에 스피커에서 멈추라고 하면서 왜 왔는지 물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했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내 주위에 사람이 많았던 터라… 말하면 좀 놀랄거 같아서 최소한으로 작게 말했다.
**“ㅎ..확진자하고 밥.. 먹었어요”**
내 소리가 들렸는지 갑자기 주위 사람들이 나와 룸메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른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 말고 다른 긴급 검사소로 안내해 주었다. 거기서는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역시 고통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일단 나는 다시 한번 코를 찌르는 순간 너무 아파서 뒤로 뺐다.. 그리고 또 빼지 말라고 한 소리 들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찔리는 순간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눈물을 계속 나오는데 내 룸메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있었다.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새ㄲ…
“제발 이제 보건소 좀 그만 오자….”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보건소를 갔다오니까 학교는 난리가 나 있었다. 학교 게시판 어플인 ‘에브리타임’에서는 기숙사 5층에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나랑 내 룸메가 확진자로 잘못 전달된 모양이였다. 용의자들은 수두룩했다. 우리 동기들끼리는 내가 카톡에서 말해놔서 알고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소문이 포장된 것이다. 정말 소문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였다.
아니 난 그냥 밀접 접촉자라구..
서럽지만 어쩌겠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가족과 그 전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시흥시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었으므로 기숙사를 떠나 집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절망에 빠졌다.. 격리 생활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자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사람이 많은 기숙사에서 격리하는 것은 엄청난 민폐일 것이다.
다시 어디선가 전화가 와서 받았다. 격리 위치 주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집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코로나 격리 택시를 불러주셨다. 택시는 30분 후에 도착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급하기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다른 것은 몰라도 꼭 챙겨야 할 물품이 있었다.
바로 내 현재 보물 1호 LG Pra.L Medi Hair
요즘 학교 공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서 큰 마음 먹고 하나 장만했다….
엄마는 모르는데 알게 되는 순간.. 난 사망….
사실 탈모로 고민을 아주 오래 전부터 했다. 아무래도 공학 공부를 하면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보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머리에 피가 잘 안 통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약을 먹고 스트레칭을 자주 해줘도 머리가 많이 빠져서 최종적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가격은 어마무시하다.. 문제는 엄마한테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 일단 숨겨서 어떻게든 방에만 들고가면 SAFE 다. 왜냐면 방에만 들어가면 엄마가 들어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간단한 옷들 그리고 드라이기 등을 챙겼다. 그리고 택시가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생각보다 멋있는 택시가 와서 놀랐다. 나랑 룸메를 데려다주기 위해서 두 대가 왔고 모두 다 기숙사 부담이였다.
이리 좋은 날씨에… 난 격리 당하러 가다니 ㅠㅠ 믿을 수 없었지만 룸메와 간단하게 다시 무사히 보자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택시를 타자 친절한 기사님께서 맞이해 주셨다.
나는 바로 신세 한탄에 들어갔다.
기사님은 내 말을 다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셨다. 그리고 난 택시 내부 사진을 찍었다. 택시 안 구조는 매우 잘 되어 있었다.
내부 사진을 계속 찍으니까 기사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학생, 무슨 사진을 그리 찍어 부끄럽게”
나는 대답해드렸다.
“이 택시 너무 신기해서 나중에 블로그 글 쓸 때 사진이랑 같이 올리게요!”
그랬더니 기사님께서 본인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지 모른다고 혹시 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나는 흥쾌히 승락하고 가방 안에 있던 내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네이버로 하신다고 하시길래 나는 네이버로 블로그를 만드는 방법을 내 네이버 아이디로 노트북 화면 녹화를 사용해서 녹화한 다음 기사님 카톡으로 보내드렸다.
기사님이 매우 기뻐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우린 인생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기사님께서는 대기업에서 은퇴하시고 지금 이 일을 하고 계신다는데 편하다고 하신다. 가끔 이렇게 손님들을 태우다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 이야기를 듣다보면 금방 목적지에 도착하고 하루도 금방 간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진짜 실제로 이야기하다 보니 집에 도착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였지만 기사님이랑 작별 인사를 하고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화장실이 딸려 있는 엄마 방을 쓰고 엄마가 내 방을 쓰기로 했다. 일단 중요한 것은 내일이였다. 내일 오전에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만약에 확진 판정이 난다면 피해보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일단 나랑 같이 다녔던 동기들부터 지금 집에 같이 있는 부모님과 동생까지 검사를 받아야 될지도 모른다. 일단 난 오늘 최대한으로 조심하기로 했다. 그래서 불편하지만 방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걸어잠그고 카톡 그리고 전화로 엄마랑 소통을 했다.
그렇게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가고 다음 날의 결과만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음성일 거라고 힘을 줬다. 그래도 이런 것을 보면 인생 잘못 살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힘내는 말들을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