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굴레


인공지능 공부를 하다가 수학에 현타를 느껴 이 글을 써보게 되었다…. 정말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 작정이구나..너란 놈…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한창 유명했던 노래가 있었다. 가수 ‘태양을 피하는 방법’ 은 2003년에 나오고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다. 내 기억 속에서도 친구들끼리 매일 때창하면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태양을 피해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grin:

진짜 지금 생각하면 온몸이 비틀리며 오글거리ㄴ…:fearful:


하지만 내가 정말로 피하고 싶었던 것은 태양이 아니였다. 초등학교 땐 난 수학 시간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수학을 너무 못해서 담임 선생님은 방과후에도 나를 집에 보내주지 않고 해오지 않은 수학 숙제나 그날 진도 나간 것을 복습시키기 일쑤였고 나는 수학을 증오하기 바빴다. 언제 한 번은 방과후에 남기 싫어서 집에서 수학 책을 안 가져온 날도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집이랑 학교랑 매우 가까워서 집에 다시 돌아가서 가져오라고 시킨 적도 있었다. 당시 우리 엄마는 고통받는 내 모습을 즐거워 하셨다. 선생님이 아들을 수업 시간 외에도 열심히 공부 시켜준다는데 안 좋아할 부모가 어딨겠느냐만은…

친엄마 맞아?? :sob: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수학으로 고통을 안 받은 날이 없었다. 한 번은 여자 짝꿍한테 장난치다가 울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매우 엄격하셨던 나의 담임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고는 반 학생들 앞에서 수학 익힘책으로 내 머리를 쌔게 몇 대를 가격하면서 “왜 여자를 울려 왜!!!”“ 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하필 많은 책 중에 두꺼운 익힘책으로 때리셨을까?…:persevere:

영어 선생 주제에 왜 수학책으로 때려?:rage:


그리고 선생님은 왜 날 울려요?…



초등학생 6학년 때는 중학교 수학을 곧 배워야 된다는 생각에 매우 두려웠다. 안 그래도 우울했던 초등학교였는데 중학교 때는 삶을 내려놔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너무 고통받는 것을 하늘이 알았는지 나는 한국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 일로 대만으로 주제원 발령이 나게 되었고 거기서 3년 동안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의 형은 외국 수학은 한국보다 실력이 매우 낮기 때문에 나같은 빡대가리도 가면 천재소리를 듣는다고 희망을 주었다.:smile:

물론 영어로 고통 받았다 ㅎㅎ



그렇게 앞으로 살게 될 대만은 언어 때문에 편하진 않았다 그리고 몹시 더워서 생활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국제학교를 가야 했기 때문에 공부량은 늘었다… 그래도 다행이였던 것은 당시 수학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다. 내가 대만에 입학했을 당시가 중학교 1학년이였는데 또래 아이들의 수학 실력은 정말 형편없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실력은 더하기 빼기도 제대로 못하는 실력이였고 3자리 숫자를 능숙하고 빠르게 더하고 빼는 내 모습을 보고 감탄을 할 정도였다.

물론 다른 과목에서 나는 개털렸다…ㅎㅎ:smile:


그렇게 나는 대만 생활 3년 중 2년 정도를 엄청 편하게 보냈다. 오히려 공부를 좀 하던 애들도 나에게 와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 1년은 정말 나에게 수학에 대한 공포를 다시 몰고 왔다. 내 실력이 그때부터 뽀록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이상의 한국 수학 버프는 적용되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영어로 배우던 터라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수학 울렁증이 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니였다. 어찌 부랴부랴 1년을 버틴다 한들 그 뒤 한국에 돌아가면 나는 그냥 ㅈ된 거였다.. 그때는 고등학생이 될테고 난이도로 따지면 대만에서 대학교를 가야 배우는 수학 레벨을 한국에선 고등학생 때 배우는데 지금 나의 수학 실력은 한국으로 따지면 중학교 1~2 학년 밖에 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이제 여기서도 수학 진도를 못 따라가는데 한국에 가면 어련할까.. 그렇게 수학의 공포는 점점 내 몸속 깊숙히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 내 유일한 취미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였는데 신기하게도 피아노에 한 번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4~6시간은 치고 한 번 빠지면 하루종일 칠 때도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어쩌다 보니 이러한 습관은 나에게 예술 고등학교를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수학으로부터 다시 한 번 벗어나는 듯 했다.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예 수학을 안 배우는 것은 아니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초를 배우고 2학년과 3학년 땐 수학이 없었던 것 같다.(정확하진 않다)

물론 난 신경도 쓰지 않았고 공부도 안했다 ㅎㅎ


그리고 사실 예술을 하면 수학이 쓸모도 없을 뿐더러 할 필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오히려 예술분야에서야 말로 매우 정교하고 세밀한 수학적 계산이 필요하다. 그땐 몰랐다.)


그리고 애초에 수능 때는 국어, 영어, 사회탐구 과목만 보면 됐기에 수학을 공부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난 완전히 수학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착각했다…

손가락을 다치기 전까지는..


나는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자 재수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바로 수학이였다. :scream:


고등학교 때 수학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예전에 배웠던 것도 생각 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칙연산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쉽다는 인수분해도 까먹어서 결국엔 백지 상태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수학 공부를 안 해도 될 것처럼 행복했지만 결국엔 나에게 고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중학교 수학의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수학을 익히기에는 많이 역부족이였고 결국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 부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학을 못했다..:worried:


내가 재수할 때는 솔직히 나는 무난하게 문사철 쪽으로 대학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나는 어쩌다보니 공대를 오게 되었다.

수학을 디럽게 못하는데 공대를 와버리네..

초등학교 때부터 피하고자 했던 수학이라는 과목을 결국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현재 지금 나는 수학의 문에 가로막혀서 또 고통을 받으며 공부를 한다… 지금까지 벗어난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돌아서 돌아서 또 다시 만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열심히 할 걸 그랬다. 그랬으면 이렇게 안 힘들었을 텐데.. 너란 놈… 참 독하다..:weary:

지금 계속 이 블로그에 선형대 수학 카테고리를 추가해서 내가 공부한 선형대수학에 대해서도 글을 쓸까 고민 중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 내 머릿속에 오래동안 저장이 되겠지만… 너무 귀찮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ㅋㅋ….

일단 지금은 열심히 인터넷에서 관련 강의를 듣고 공부하다가 계속 까먹으면 시도 해봐야겠다….


YoungKyonYou

Integration of Know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