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am
“이번 편은 영균이랑 같이 여행을 간 나 ‘이영준’ 시점에서 글을 써보려 한다. 영균이가 글을 더럽게 못 쓰는 관계로 내 관점에서 괌 여행기 썰을 풀어나가 보겠다.”
첫 해외여행 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창밖 광경에 핸드폰을 들고 사진만 계속 찍었다. 밖은 비가 올 것 같이 우중충하니 하늘도 어두웠지만, 태어나 처음보는 에메랄드 빛 바다, 이국적인 야자수가 이곳저곳 꼿꼿하게 서있는 걸 눈에 담고 나서야 내가 내 나라를 떠나 타국 땅에 발을 내딛었다는 걸 상기시키고 괜스레 입가에 변태 같은 웃음이 씌였던 것 같다.
근데 웃긴 건 옆을 봤는데 더한 놈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뀬…
도착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먹으러 가야 하는데 담배가 너무 피고 싶길래 비흡연자인 영균이는 먼저 먹으러 올려보내고 난 로비에 있는 흡연실로 가서 내 안의 한숨을 눈으로 구경한 다음 조식을 먹으러 올라 가려는데 진짜 찰나도 안 되는 순간에 졸립고 피곤했던 눈이 번떡 뜨이면서 불안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여기 두짓타니 호텔은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처음 체크인 할 때 받은 카드를 찍어야지 올라간다.
하지만 내려갈 때는 카드를 찍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머릿속에 총알같이 지나가는 생각..
“어..어????..ㅆㅂ.. 카드 영균이한테 있네? 어머.. 핸드폰은 방에 두고 왔네?.. 조오오옷됐따……“
여기서 왜 내가 조오오오옷 됐는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나는 대한민국 경기도 화성시 봉담 토박이로 학교 영어 수업에서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외국인 울렁증과 영어 공포증이 있다는 설명을 해야 겠다…
이러다가 두짓타니 미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5분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생각난 한 사람.. 바로 우리가 처음 두짓타니에 도착했을 때 반갑게 안내해주던 덱스터!!!
“덱스터는 처음 우리가 호텔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안내해주었던 사람이다. 웃는 상에 좀 통통하고 친근한 사람인데 영균이가 이름을 물어보자 덱스터라고 알려줬었다. 매우 친절하고 얼굴에 웃음이 많아서 나중에 같이 사진 찍자고도 약속한 사이다.”
그렇게 나는 로비에 있던 덱스터를 찾아갔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체로 하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어…음… 아임 xxxx룸 어.. 그러니까.. 마이 프렌드 어..마이 카드키 겟.. 아이 노 키..?? 헬프..” 이랬더니 덱스터의 표정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마 속으로
“뭐지 이 병..ㅅ은…“ 이랬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덱스터는 두뇌를 풀가동하여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다행히 내가 키가 없는 것을 눈치채고 도와주었다.
감사합니다 덱스터 사마ㅠㅠ… 그는 자신의 마스터키로 엘리베이터에 카드를 찍어주고 나를 올려 보내주었다. 한국 가면 서러워서 영어 공부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응 안 해~ 한국어만 잘하면 돼~ ㅎㅎ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감격은 몇 초 가지 않았다.. 내가 순간 고마운 마음에 간과했던 것이 하나 있다….
“근데 나 카드가 없잖아?.. 방엔 어떻게 들어가?…“
자 여기서 또 두짓타니 2차 미아가 되었다…
영균이는 이미 혼자서 밥을 먹으러 간 상황.. 방을 두들겨 봐도 아무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엘리베이터 탔을 때 식당이 있는 층을 눌렀어야 됐는데 방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생각없이 누른게 문제였다..
이런 씨…부럴ㄹ..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에 잠겼다. 자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중 다행히 청소 아주머니가 지나가서 내가 못들어 가는 것을 눈치 챘는지 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저 “예쓰 예쓰 플리즈..”라고 대답했더니 문을 열어주셨다.. 눈에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안 그래도 화딱지 많이 나 있는 상황에서 영균이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정말 죽여버리고 싶ㅇ다..
그렇게 난 방에 여분의 카드를 챙겨서 식당으로 올라간 영균이를 만나 몇 대 때리고 욕을 찰지게 박아준 다음 앞에 음식을 보고 화가 풀려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저 넓은 바다를 보면서 맥주와 음식을 두고 화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게 기분 좋게 조식을 먹고 방에 들어왔다. 영균이는 어제 너무 힘들어서 못 씻고 자서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호텔방은 따로 화장실 안에 욕조가 있는게 아니라 화장실과는 별개로 그냥 방 안에 있기 때문에 다 보인다.
근데 영균이가 지 핸드폰을 물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머저리 같이 있길래 장애인 같아서 한 마디 해줬다.
“야 닌 뭔 핸드폰을 욕조에서 쓰냐? 또라이야??” 하고 물어보니
영화 ‘아저씨’의 그 유명한 대사…
“이거 방수폰이야 이 새끼야!!!” 라고 하는 것이다…
근데 그건 알겠는데 애도 참 ㅂ..ㅅ인게.. 지 폰 모서리에 액정이 조금 깨져 있었다는 것을 간과했나 보다..
영균이의 핸드폰은 불과 물에 들어온지 5분만에 습기가 끼면서 침수되었다…
그때 영균이의 표정은 참담했다.. 마치 세상을 다 잃은 그런 표정…
나는 영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그만 보내주자고 했다. 그래서 영균이는 그날 이후로 핸드폰을 쓰지 못하게 되고 핸드폰 카메라에 습기가 생겨서 사진도 못찍게 되었다..
근데 이게 나한테 피해가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자기 폰 망가졌다고 자꾸 귀찮게 내 폰을 빌려가서 여기저기 사진 찍고 별 쓸데없는 사진을 찍으려고 나한테 빌려달라고 빌고 안 빌려주면 삐지고 해서 매우 귀찮았다 ㅡㅡ
글이 길어지는 거 같으니 여기서 끊고 다음 게시물에서 내 관점 괌 여행기에 대해 이어서 이야기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