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북한산


북한산을 다녀온 것은 2020년 4월 7일이였다. 갔다 온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흐른 것을 보면 정말 시간이 빠르다..:persevere:


처음에 북한산을 계획하고 간 것은 아녔다. 사건의 발단은 바로 친구 나연이의 다이어트로부터 시작됐다….

나연이는 매일매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를 때였다.

그래 다이어트? 좋지~ 근데 넌 술을 끊어야 되는ㄷ….:sweat:

평화로운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집 근처에 왔으니 나오라고 호출을 받았다.

“갑자기?…“

알고 보니 자기가 내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다이어트 약을 받으러 가야되는데 같이 좀 가달라는 것이었다. 아니 근데 내가 약 받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가!! 하면서 저항했으나…

응~ 어느 순간 같이 병원에 와있는 내 모습에 현타를 느꼈다.

약의 명칭은 모르겠는데 먹으면 식욕을 떨어트리는 약을 받았다는데… 술욕 떨어트리는 약은 없었나 보다..

술이 문제야 문제 ♬~….:anguished:

살 뺀다는 생각은 어디로 갔는지 받자마자 집 앞에 새로 생긴 타워에 있는 초밥을 먹으러 갔다 ㅎㅎ 역시 작심삼분~~

소주는 그저 곁들일ㅃ…

그러다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산 이야기가 나오더니 북한산에 같이 가자는 나연이..

처음엔 응 아니야.. 절~~~때 안 가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ㅎㅎ:stuck_out_tongue_closed_eyes:

근데 나 왜 산 위에서 컵라면 먹을 준비하고 있지???…

어느 순간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으면서 내 결정에 의심이 들었다:frowning:


이왕 가는 거 군대 생각 하면서 산 좀 타보자는 식으로 준비한 군대식 가방


처음에 난 진심으로 나연이한테 군대 가방 들고 간다 라고 했는데 전화로는 ㅇㅋ 이러던 나연이가 실제로 이 가방을 들고 온 내 모습을 보고 정색을 했다.

진짜 가져올 줄은 몰랐나 보다…

아니 난 진심이었는데… 넌 장난인 줄 알았구나..

이게 얼마나 실용성이 있냐면 나뭇가지에 긁혀도 기스 하나 안 나고 수납공간도 많아서 뭐 놓기 다니기 얼마나 편하다구~

군대 비브라늄이라고 들어봤는지 몰라?:stuck_out_tongue_closed_eyes:

그렇게 이른 아침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북한산 입구


사람도 얼마 없었고 모든 게 완벽했다. 날씨도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그런 날씨라 등산하기에는 딱 좋았다. 솔직히 어렸을 때 아빠가 산을 너무 좋아해서 억지로 끌고 갔을 땐 산이 너무나도 싫었다. 근데 신기하게 나이가 들면서 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옛날에는 진짜 산 가기 싫어서 울고불고해도 억지로 끌고 갔던 아빠..

이제는 조금 이해 갑니다.. 하지만 난 내 자식들 싫으면 그렇게 안 ㅎ!:disappointed:

“아니 근데 나연아 너 산 좀 타니?”

돌아온 답변..

“나 이래 봬도 조암 두더지여~”

두더지가 산을 타??..:cold_sweat:

그렇게 시작된 등산길~

크 역시 산 오니까 풍경이 너무 좋았다.


아니 근데 조암 두더지라던 나연이.. 조금 가다가 쉬고 조금 가다가 쉬고…

이래가지고 오늘 안에 정상을 찍을 수 있을련지 좀 걱정이 되었다.

그냥 절벽에 밀어버리고 나 혼자 후딱 갔다올ㄲ..? ㅎㅎㅎㅎ:blush:

지금 게시물을 올리면서 보니까 내가 사진을 엄청 못찍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떻게 이쁜 사진이 이렇게나 없는지 참..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

절반 쯤 올라왔나? 나연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안쓰러워서 내가

“뒤에서 좀 밀어줘?” 라고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응 손 목 잘리고 싶으면 밀어 봐 ㅎㅎ”

아..알겠어.. 화이팅…:sweat:

역시 상남자?야~

중간중간 쉬면서 이것도 기념인데 사진 같이 찍자 했더니 바로 욕이 귀에 꽂혔다. 나는 약간 이런 거 사진 찍으면서 오래 두고 나중에 보면서 기억하는 스타일이라 사진을 자주 찍는데 애는 사진 찍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한다. 더군다나 얼굴에 잡티까지 다 나오는 갤럭시의 극사실주의 사진은 나연이의 혐오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몇 장은 찍었으나 올리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거 같아서 생략한다..:innocent:

얼마나 올라왔는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캬~~ 우리가 몇 시간 뒤면 저기 위에 서 있을 생각하니까 설렜다. 근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북한산 갔다 온 블로그를 보면서 사람이 너무 많길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는지 사람이 많이 없어서 오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가끔 이렇게 등산 오는 것도 좋구나.. 나중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 이후로 산 안 갔잖아 ㅋㅋ

그래도 친구랑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올라가니까 어느덧 마지막 클라이막스 오르막길이 눈 앞에 보였다.

처음에는 오르는데 힘들어서 자꾸 쉬던 나연이가 뒤에 가면 갈수록 체력이 늘었다. 오히려 내가 힘들어서 좀 쉬고 싶었는데 코스 자체가 쉴 공간이 없었다. 쉬려면 등산 코스에서 옆으로 좀 빠져서 쉬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고 눈치도 좀 보여서 쉴 수도 없었다. 그렇게 찍은 정상!!

생각보다 높아서 매우 놀랐다. 원래는 여기서 컵라면을 먹고 싶었는데 나연이는 좀 제대로 된 의자에 앉아서 먹고 싶다고 해서 내려가는 길에 있는 나무 의자에서 먹기로 하고 경치를 좀 즐겼다.

나는 풍경이 너무 이뻐서 핸드폰을 들고 동영상을 찍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압도되고 있는 와중에… 앞에 있는 나연이는 자신을 찍는 건지 알고 완벽했던 동영상에 비속어를 몇 개 넣어버렸다..

아니 나.. 풍경 찍는 거라고요…:angry:

그래서 사실 이 게시물에 내가 찍은 동영상을 올리고 싶었다. 매우 잘 나왔는데 삡 처리하기가 쉽지 않고 하더라도 약간 모스부호 마냥 3초에 하나씩 나오기 때문에 경치를 구경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서 포기했다. 물론 음성을 빼는 방식도 고려했으나 그렇게 하면 분위기가 살지 않아서 그냥 안 넣었다..

풍경에 빠지다가도 나연이의 찰진 욕설에 모든 환상이 깨ㅈ..

여기는 근데 진짜 봄 여름에만 와야지 추운 가을과 겨울에 오면 진짜 감기는 서비스로 가져갈 것 같았다. 바람도 많이 불고 일단 미끄러우면 등산 자체가 너무 힘들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여기서 만약에 미끄러지면 바로 그냥.. 꼴까닥..:dizzy_face:

극락세계 가는 거여…

“그래도 나연아 나 진짜 안 가려고 했는데 막상 오니까 좋더라 간만에 시원한 바람도 쐬고 땀 좀 빼니까 기분이 좋아~”

이제 슬슬 배고프기도 하고 모든 구경을 다 해서 하산을 하다가 중간에 컵라면과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밥을 꺼내 먹었다. 아니 처음에 올 때 아무 준비도 없이 몸만 가자던 나연이.. 사실 난 철저하게 준비해서 가는 걸 좋아해서 필요할 만한 물건들을 다 내 비브라늄 가방에 짊어지고 갔다. 나연이가 준비한 건 자신의 몸뚱아리뿐.. 혹시 모를 생각에 약, 밴드, 수건, 여분의 옷 등 다 준비했었던 터라 무슨 일 있어도 걱정이 없었다. 이 정도면 거의 짐꾼인데?..

먹었던 쓰레기를 다 봉투에 담아서 가방에 쑤셔 넣고 우리는 다시 하산했다. 근데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왔다. 아마 그때 시간이 오후 4시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북한산 입구에서 시내로 걸어서 내려가기에는 무리여서 빠르게 택시를 타고 내려왔다. 그런데 컵라면 먹은 게 다 꺼졌는지 배고픔을 느꼈다. 힘들게 운동해서 뺀 살이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 와중에…..



근처에 있던 뷔페를 와버렸다 ㅎㅎㅎ헤헤헤헿:stuck_out_tongue_closed_eyes: 아니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말할 새도 없이 그저 먹고.. 또 먹고.. 또다시 먹었다..

이때는 진짜 살려고 먹었다..

그래서 그런지 목표로 1키로를 빼러 갔다가 2키로를 찌는 마법을 볼 수 있었다….

어쨌든 어느 정도 먹고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쭉 봤다. 그리고 보면서 혼자서 보람을 느끼고 있던 모습을 본 나연이가 같이 사진 안 찍어준 게 미안했는지

“너가 이렇게 사진들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인지 몰랐네 미안해 다음에는 많이 찍어줄 게~!”

라고 상냥하게 말하는 것이다…

“…….병주고 약주고여?

그렇게 우리는 사실 그 이후로 9개월 동안을 안 봤다. ㅋㅋㅋㅋ

산을 갔다왔는데도 더 볼록해진 내 배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어휴..ㅋㅋㅋ 간 것에 이의를 두자.. 그래도 나름 재밌었다. 둘이서 즉흥적으로 산도 가고 말이야 보통 카페에서 같이 죽치다가 저녁에 술마시러 가는게 일상이였는데 이런 식으로 갑자기 어딘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집에 가는 버스에서는 배도 부르고 몸도 힘들어서 둘 다 뻗어서 온 것 같다. ㅋㅋ

그래도 수고 많았다.

잊지 못할 추억 하나 또 남겼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나름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star:


나연이랑 거의 9개월 동안 안 만나다가 어제 만난 나연이한테 만남 기념 선물을 받았다. ㅋㅋ 역시 스타벅스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스타벅스 텀블러를 선물로 줬다. 내가 커피는 잘 안 마시는데 그래도 물통으로 쓰면 되지~! 너무 이쁘고 마음에 들었다. 애가 그래도 보는 눈이 있어서 신세대적 스타일로 잘 골라줬다. 고맙다~! 잘 쓸게 ㅋㅋ:bl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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